[스크랩] 신불평원에 바람서리꽃 피던날
게으럼을 한껏 부려보는 휴일아침 창밖엔 봄비가 내리다 그쳤다.. 움직임 조차도 싫은날 먼산을 바라보는 것보다 새롭게 장만한 아
이폰 조작법 배우는것이 더 즐거운 날 한통의 전화가 날 산정으로 향하게 만듭니다.. 신불산에 눈이 하얗다 빨리 오라고.....
산정에서 하산할 시간인데 올라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가장 수월한 등로를 택해 불승사에서 신불재로 향합니다...눈을들어 바
라보는 산정은 은빛 세상이고 이따금씩 하산하는 산객들의 얼굴엔 설경을 바라본 기쁨의 미소가 가득합니다
산정에 가까워질수록 하얀 옷을 갈압입은 설경의 모습들이 선명하게 나타나며 암릉으로 이루어진 공룡능선의 자태가 한편의 수묵
화를 그려놓습니다
삼봉능선의 암릉도 새옷으로 갈아입은채 아름다운 선경을 보여주니 하늘의 신선이 내려와 노니는듯 황홀해보입니다
노송은 벗어버린 겨울옷을 다시 꺼내입은채 겨울속으로 눈 바람을 맞으며 길손을 반깁니다
억새풀섶에 한그루 구상나무는 트리를 연상케하지요 밤새내린 눈을 바람이 솜이불을 만들어 곱기만 합니다
눈이 내린 억새 풀섶의 세상은 온통 하얀 억새꽃 흰 물감으로 그려놓은 엽서가되어 가장 아름다운 편지지가 되는것 같습니다 귀하
고 소중한 사람에게 보낼수있는 편지를 쓰지요
부끄러워 고백하지 못했던 사연들을 하얀 엽서에 적어가는 마음들은 순수에 가깝고 유치한 언어로 장식하더도 이 세상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은 내 가슴 깊은 곳에서만 숨쉬는 님이여... 눈내린 산정은 그대의 모습 볼 수 없으나 더러는 지우고 더러는 묻어두고 처
음 당신을 사랑했던 마음만 남아있습니다
그대여 내가 산으로 가는것은 산이 그곳에 있어 가노라는 어느 산꾼의 숨결처럼 나 또한 그 숨결을 배우러 간다네...
내가 산으로 가는것은 내안에 회오리바람 불어 추워지면 보온병에 따스한 찻물 끓여 담고 가슴 터지도록 오름을 오릅니다
내가 산에 오르면 그곳에는 하얀 바람서리꽃을 달고도 끄덕 않는 고행을 이겨내는 만물의 생명체 처럼 그런 인고를 배우러 가는지
도 모릅니다
산에는 恨이 서려있고....산에는 沈默이 담겨있고.....산에는 哲學이 살아있다
또한 산에는 그리움이 쌓여있어 풀잎 한가닥 바람에 스쳐도 그 속에 그리움이 꿈틀대고 서걱이는 갈잎에 스치는 소리에 절절한
그리움이 배어있고 누렇게 물든 억새 잎새에 흐느끼는 바람서리꽃만 불어오는 바람따라 그리움은 눈물처럼 물안개로 피어오른다
신불평원 봄이면 초록빛 물들고 봄꽃으로 가슴가득 안겨오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과 안개속의 그리움으로.. 가을이면 훨훨날리는
억새꽃 향연에 밤을 세웠고 겨울이면 순백으로 가슴가득 봄을 기다리는 기다림을 주는 산
산에 올라서면 惡보다 善을 추종하는 이가 많기에 山을 찾는 기쁨이 배가 되는것 같다...걸어도 걸어도 실증나지 않은 산이여 난
언제나 너의 품속에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고 부드러운 茶를 함께 마시는 이를 갈망하듯 나는 山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있는가보다
그대를 언제나 저만치서 바라만 봅니다...하얀 설경이 한폭의 수묵화를 그려놓은 산하를.. 불어오는 산정의 바람벽에도 그대를 향
한 나의 그리움은 내 작은맘 속에 하얀 반짝임으로 쉴새없이 그려봅니다 ...
비워낼수 없는 그대 그리움은 차가운 바람서리꽃이되어 나의 창가를 때리지만 내가 느끼는 산에 대한 외사랑을 그저 아름답다 말
합니다...
독수리 날개도 은빛으로 변모한 모습에도 산정에선 난 행복했고 저무는 하늘 바라보며 먼 하늘에 비친 그대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대를 향한 내사랑이 봄눈 녹듯이 사라져 가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나의 삶이 온통 그대의 생각으로 채워졌기에 함께 할수없어도 그대를 사랑하므로 행복해하며 산정에서의 기쁨을 누리는지 모릅니
다...수채화가 빛어낸 평원의 모습을 보면서 이보다 아름다움을 안겨준것들은 자연이 아니고야 없었기에 산정의 행복을 그리움에
담아서 천천히 발길을 돌려봅니다
3월에 핀 바람서리꽃이여 텅빈 신불평원에 홀로 볼 수 있음에 난 부지런한 발품덕이라 여겨봅니다
순백의 세상에 머문 순간.... 비우고 채우는 마음들을 오만과 편견을 비운채 새날을 준비해야겠지요
바람소리는 더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산정을 엄습해옵니다 산정을 떠날 시간인듯 합니다 어둠의 그림자가 밀려오기전 발길을 옮겨
갑니다
애처로운 억새 풀섶이여 푸른초원로 깨어나 새 봄에 만날수있기를.....꽃피는 봄날 하룻밤 산정에 머물면서 도란도란 지난 겨울이야
기를 나눌수 있면 좋겠네...
.... 하여 山에서
깊이 沈默 함은 고귀한 眞理인것을 20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