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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의 문턱에서

호온산업 2009. 9. 22. 15:49



가을의 문턱에서 / 雪花 박현희
 
대지를 태울 듯 작열하던 태양도 
빛을 잃은 채 뒷걸음질치고 
살갗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 아침입니다.
 
흐르는 세월의 강에 떠밀려 
어느덧 중년을 맞고 보니 
이마에 그려진 골 깊은 주름 위로 
세월의 무상함에 쓴웃음 지어봅니다.
 
인생의 가을이면 
살아온 날들만큼이나 
삶의 연륜 또한 깊어야 할 텐데 
미풍 앞에서도 어김없이 흔들리는 여린 갈대처럼 
사소한 이해관계나 대립 앞에서 
쉽게 감정이 동요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쌓아야 할 인생의 연륜은 
턱없이 부족한가 봅니다.
 
조금은 무디어졌을 법도 한 
내 안의 뜨거운 열정이 
용솟음치며 다시 끓어오르는 것은 
시들어가는 젊음을 
아직은 놓치고 싶지 않음일까요.
 
유독 가을을 앓는 나는 
한 잎 두 잎 흩날리는 낙엽을 보며 
살을 도려내는 듯한 
지독한 외로움의 가을 병을 
또다시 앓아야 하는가 봅니다.
 
 
    

출처 : 좋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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