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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독 이야기

호온산업 2010. 10. 8. 18:54

 

                                                                            장독 이야기

 

양산 통도사의 산내암자인 서운암.

이 서운암은 낮은 야산에 야생화가 가득하여 아름답기도 하지만,

서운암에서 담그는 각종 장류醬類가 유명하다.

그 장을 가득 담고 있는 장독이 보기에도 가을의 곡식처럼 풍성해 보인다.

 

우리네 어른들은 이월초아흐렛날을 [장 담그는 날]이라 하였다.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튼다>는 무신일無神日, 무방수날인지라 

귀신이 없는 이날을 놓치지 않고, 무엇을 해도 탈이 없다 해서,

집집마다 가재 도구들을 옮기기도 하고,

흠이 생긴 집안의 곳곳을 수리하기도 하며,

아낙네들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잠을 담구었다.

 

일년 농사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장맛을 버리면 한 해 음식 다 버리는 것이다.

 

 

 

     [  인가人家에 요긴한 일 장 담그는 정사政事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香菜 캐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

        일분一分은 엮어 달고 이분二分은 무쳐 먹세

        낙화落花를 쓸고 앉아 병술로 즐길 적에

        산처山妻의 준비함이 가효佳肴가 이뿐이라       ]

 

아낙네의 평생의 일로 밥상 차리는 것보다 크고 중요한 것이 없다.

<그 집안의 장독대를 보면 그 집안의 가격家格을 알 수 있다>라고 했다.

장은 모든 음식맛의 으뜸이다.

장맛이 좋지 아니하면 좋은 채소와 고기가 있어도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없다.

장 담그기에 성심을 기울이고, 오래 묵혀 좋은 장을 얻게 함이 살림의 도리이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의 <장제품조醬製品條> 첫머리에도

<그해 장맛이 좋아야 집안에 불길한 일이 없다>라고 씌여 있다.

<장맛이 없으면 음식맛이 없고, 음식맛이 없으면 밥맛이 없고, 밥맛이 없으면 건강이 없고, 건강이 없으면 평안도 없다.>

메주를 넣은 다음 소금물을 다 붓고 그 위에 빨갛게 이글이글 달군 참숯을 치그르르 띄운다. 

장에 숯을 넣는 것은 궂은 냄새를 빨아들이라는 뜻도 있고,

살림이 불같이 일어나라는 뜻도 있다.

붉은 고추를 바싹 말려 불에 구워서 넣고, 대추도 넣는다.

고추와 대추는 다산多産, 풍요豊饒의 상징이다.

새로 담근 장독의 전마다 고추 달린 금줄을 정성스럽게 두른다.

잡귀의 침범을 막기 위함이다.

 

최근에야 일일이 집에서 장을 담그는 경우가 드물고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을 먹게 편리하지만

어릴 때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장 담그는 일이 일년 중의 일 중에서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었다.

된장, 고추장, 쌈장... 된장이 익고 나면 따로 걸려 내는 간장.

거기에 고추, 숲, 참깨 등을 넣고 장독 둘레에다가 금줄을 둘렀다.

벌레가 들어가지 못하게 그물망을 치고,

햇빛이 따뜻하고 바람이 없는 날이면 두껑을 열어  잘 익도록 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용일부참고 : 최명희 지음 / 혼불 /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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