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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 오면
설란 백덕순
창문 사이로
선잠에서 깨어난 고추잠자리
벽에 기대어 날개를 여민다
목청 터진 매미 소리
가을이 한발 성큼 다가오고
밤마다 거울 속에 그려보던
코스모스 아릿한 얼굴
하늘 멀리 보내며
알알이 영글어 가는 포도송이
작은 소망도 여물어 가고
갈림길에서
가끔 남몰래 꺼내보면
붉어지는 그날 꿈의 대화
서럽게 바스러져 볼 수 없어도
구월이 오면
코스모스보다 더 진한
불이 될 내 사랑을 위하여
거울을 닦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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