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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얀 설국의 소백산

호온산업 2010. 12. 25. 16:52
 

  산행일시 : 2010년 12월 19일 (11시48분-16시20분)

  산행코스 :어의곡-비로봉-천동리 (12.7km)

  하얀 겨울 산정이 그리워 지는날....소백산에 눈이 내렸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 급거 휴일 일정을

  변경한채 소백산 자락으로 향합니다..언제봐도 변함없는 어의곡 풍경을 뒤로한채 소복히 쌓인 눈길

  따라 산정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걷는것은 평온하기만 하지요... 잣나무향이 싱그러움을 더하고 산정이

  가까워질수록 아늑한 풍경보다는 산자락에 이는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아보입니다

 언제 첫눈이 내렸는지는 몰라도 가을을 보내고 겨울 산길에 늘어선 산죽은 자기 몸무게 보다 무거운 눈

 송이를 머리에 이고 하얀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름길에서 바라 보았던 마루금의 환상이 사라지고 몰아치는 북서풍의 위력은 작은 몸둥아리 하나 쯤

  은 날려버릴 기세등등합니다..비탈사면은 하얀 눈이 벌써부터 자리를 잡은채 겨울내내 소백의 잔등에

  기대어 살아갈  심산인가 봅니다

  아무도 다가서지 않은 국망봉 상월봉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유순하고 부더러운 길... 봄날 야

  생화가 지천에 화사하게 반겨주고 국망봉 자락의 철쭉빛은 얼마나 붉었던가... 초암사로 내려서는 죽

  계구곡의 수려함... 구인사의 웅장함...부석사의 단아함이 머리속에 그려지고 가고싶은 생각이 가까이

  머무니..... 잔잔히 들려오는 듯한 절집의 풍경소리가 북서풍에 아스라합니다

  눈바람은 어느새 눈을 쓸어모아 모레톱의 층계처럼 만들어 순수한 자연이 뽐내는 작은 예술품을 만들

  어.. 들여다보는 그속엔 오묘함이 묻어나옵니다    

  쉽게 나무 한그루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소백의 넓은 평원은 마른 풀잎 마저도 길게 들어 누워버린채

  바람소리만 요란하고 눈바람만 앞을 가립니다...

  소백의 칼바람을 맞지않고는 바람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던가...머리부터 찡해오는 바람을 맞으며 비

  로봉으로 향하는 걸음을 자꾸만 주춤거리게 만들며...움겨진 카메라도 부담스럽고 스틱조차도 짐스럽

  다...바라클라라로 중무장한 얼굴에 씌여진 안경은 허연 성애로 시야는 답답하지만....주저 앉을수 없

  는길... 간간히 스쳐지나가는 산우들의 걸음도 비틀거린다...묵묵히 걷는 이들은 말 한마디 없이...서로

  를 애서 외면한 것은 아닌데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산길을 걸을 뿐입니다  

  봄날 푸른 초원에 철쭉꽃과 야생화가 곱게 피어 뭇 산인의 가슴을 설레임을 가득차게 만들었던 평원인

  데... 백설로 뒤덮힌채  냉기 가득하여도 풀섶 땅속아래 숨죽인 생명들은 이제 시작한 겨울이 어서 지

  나기를 바랄지도 모릅니다

  시골장터 만큼이나 북적이던 비로봉인데.. 파장을 맞은듯 한산하며 몇몇 산우들만 추억을 남기려고 할

  뿐 모두 종종걸음으로 각자의 주어진 길로 향해 달려갈뿐이다... 소백의 칼바람의 위력을 실감해봅니

  다

  텅빈 정상석을 담아보는것도 오랫 만인것 같습니다..정상석에 성애가 끼지 않은것 보니 아직 본격적인

  바람이 일진 않았나 봅니다...삼삼오오 가야길을 찾아 떠날 채비로 분주하기만 하고..함께 걸었던 도반

  들은 벌써 꼬리르 감춘지 오래인듯 시야에 벗어나 버렸고..계단길을 따라 새롭게 단장한 주목 관리소

  로 내려섭니다... 지독히 추웠던 어느해 겨울... 눈 바람에 날려간 모자를 주으려다 무릎을 다쳐 고생했

  던 기억 탓에 조심해서 걸음을 옮겨보지요   

  맑은 하늘을 원했던건 아니지만 밀려오는 안개탓에 조망을 즐기지 못함이 아쉽지만 자연의 이치을 거

  역하지 못한채 맑은날 눈이 시릴만큼 아름다운 설경을 볼날이 또 있을 것인란 자문 자답을 하면서 나

  의 길로 향해 갑니다 

  온기없는 겨울산정은 언제나 님의 가슴은 아닐진데 오늘은 더 차갑고 황량하기만 합니다...초록의 싱그

  러움을 안겨주던 그 미소는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려 깨어진 꿈이 되어 버렸나요

 

 겨울산정의 허허로움 보다는 하얀 설경이 같이하니 삭막하지는 않아 보입니다..주목들도 훌쩍 키를 키

 워낸 여름날이 지나 갔지만 훗날 우리네 마음속에 곱게 자랄 푸른빛의 주목의 굳은 절개를 잊을수는 없

 겠지요

 

  바람의 흔적들은 눈무덤을 만들지만 긴 동면의 시간이 지난후 몽글몽글 피어 나는 봄 아지랑이를 따라

  깨달음의 눈물이 봄비되어 흐르는 날엔 황량한 산정에도 연두빛 고운 새삭 돋아나라고 두손모아 기원

  해봅니다

  모두들 말이 없습니다..가야할 길을 찾아가듯 묵묵히 걷는 산님들의 머리속엔 어떤 단어를 떠올릴까..

  내면에 담겨진 모든 것들을 하얀 눈위에 뺃어낼까...하얀 설경을 보기위해 아름답던 가을과 이별하지

  않았는가... 

  눈 앞에 펼쳐진 하얀 눈무덤은 솜이불 처럼 푹신하다 ...찬바람에 얼어 붙었던 마음들이 조금씩 녹아내

  리듯 바람결에 이리저리 흩날린다...  광설이 흩날리듯 한참을 날리다 또 다시 자리를 잡는다

  어린 초목은 눈속에 갖혀 버렸고... 겨우 목만 내어놓은 나목들은 한겨울에 불어닥친 바람이야기를 소

  풍나온 이방인에게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를 듣노라니 겨울 한 낮이 이토록 짧은줄 몰랐습니다

  우리가 사랑했을 때는 발길 닿고.. 손 닿는곳 마다 행복이었는데 이젠 산정에 너를 두고 헤어져야 하나

  봅니다.. 봄날의 화려한 비상을 기다리면서.....떠나가는 눈빛은 이별이 아닌 새로운 만남을 갈망하는

  진지함이 묻어 나오지요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산책길 행여 나의 잘못된 걸음으로 인해 함께한 그들의 가슴에도 신설의 꿈이 깨

  어지질 않기위해 발걸음을 내디지 못하고 아껴둔채 돌아섭니다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는 능선길을 뒤로한채 소백의 아름다움만을 간직한채 아쉬운 산정의 추억은 훗날

  다시 찾을때 볼 수 있으리란 생각을 간직한채 하산길을 서둘러봅니다   

  바람불지 않은 숲은 하얀눈이 나무등걸 붙어 숨박꼭질하듯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입니다.. 하얀 요정이

  어디선가 나타날것 같은 숲속은 평화롭습니다.. 불어오는 소백의 바람도 이곳에는 닿지않나 봅니다  

  주목나무도 한아름의 솜털을 뒤집어 쓴채 겨울이야기를 들려주기에 분주하고 서로 모델이 되려고 고개

  를 비쭉거리며 내다봅니다 

  좀더 이른시간이었다면 자연이 만들어준 크리스마스 트리를 볼 수 있었지만 이만큼만 보는것도 행운이

  지요.. 눈 귀하기로 소문난 부산에서 이곳까지 달려온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았습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간다는 주목나무의 나신을 그려 담는것도 내몫이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펼치듯 어린주목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그곳

 에 지리잡은채 오랫동안 우리곁에 머물러있겠지요

  하얀눈이 가득한 계곡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빛입니다.. 고드름이 주렁주렁 어름장밑으로 흘러내리는

  물소리조차 둔탁하게 느껴지니 춘삼월까지는 이런한 풍경들을 자아내겠지요 

  훌훌 털어버린 발걸음은 가볍고 계곡에 이는 돌개바람 등을 타고 내려앉아 흩날리는 잔설들이 낙옆의

  가슴을 덮어갑니다...덜컹 거리면서 창문 두드리듯 아련한 그리움으로 훈훈한 인정의 군불 피운다면

  얼었던 우리의 마음은 더 따스해지겠지요

  한번도 내려서 보지 않았던 다리안 폭포아래 서봅니다.. 눈쌓인 고운 산책길로 따라 걷는것은 차가운

  겨울 느낌보다는 따스함이 가까이 머무는듯 평온하기만 하고

  야영장에 심어둔 목련나무는 지난 여름부터 부지런히 준비한 회색 꽃봉우리를 삭풍 언저리에 꿈으로

  매달아 봄을 향한 소망의 기도를 올려 하얀 목련의 꿈을 피우듯이 살면서... 마주보며 함께 손잡을수있

  는 따스함이 늘 함께하는 날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출처 : 좋은글
글쓴이 : 까치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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