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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밤이 익는 계절에 ...

호온산업 2011. 10. 3. 11:15

 


                                                                         밤이 익는 계절...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가을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마음이 풍요롭다.

 

황희黃喜의 시조에,

          [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떨어지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나리는고

             술 익자 체 장사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

가을이 되어 골짜기 마다 대추와 밤이 익어가고, 나락을 벤 논에는 게가 기어나온다.

마침 지나가는 체장사에게 체를 사서 막걸리를 걸러 마신다.

살진 게가 안주 감이 되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오아재집聱齖齋集>에는

17세기의 학자 강석규姜錫圭의 다음과 같이 노래가 있다.

      田家風味秋風   농가의 풍미는 가을바람 불 때 최고라

      魚蟹肥時棗栗紅   물고기와 게가 살지고 밤 대추 붉게 익네

      新稻穫來新釀熟   새 나락 걷어와 담은 술이 새로 익으니

      一村烟火太平中   온 마을 피어나는 연기에 태평성세라네.

                                   @  聱 : 듣지아니할 오,  齖 : 이고르지못할 아, 冣 : 가장 최, 棗 : 대추 조

황희의 윗 시와 비슷한 분위기이다.

 

                                         * 구례의 어느 밤 농장에서 :

                                                       가을이 오는 소리는 어떨까.

                                                       밤 농장에서 밤송이에 머리에 떨어지니 <앗, 따가워!>

                                                       ... 이런 소리도 있겠다. 

 

 

잘 익어 송이가 벌어진 밤을 보니

김삿갓과 홍련 紅蓮이란 여인과의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생각난다.

 

김삿갓이 이곳 저곳으로 떠돌다가

달밤에 마음이 외로워 어느 누각에 올랐다가, 

인근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어 은근히 수작을 걸었다. 

    樓上相逢視目明   누각 위에서 만나 보니 눈이 아름답도다

    有情無語似無情   정은 있어도 말이 없어 정이 없는 것만 같구나.

 

그 여인의 이름이 홍련이었다.

여인이 답하기를

    花無一語多情蜜   꽃은 말이 없어도 꿀을 많이 간직하고 있고

    月不踰墻問深房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도 깊은 방에 찾아들 수 있네.

 

김삿갓은 여자의 마음이 이끌렸음을 알아차리고,

여인을 찾아가 방문 앞에서 

    探花狂蝶半夜行   미친 나비 꽃을 탐내 한밤에 찾아드니

    百花深處摠無情   깊은 방에 숨은 꽃은 대답이 없네

    欲採紅蓮南浦去   붉은 연꽃(홍련) 따러 남포에 갔더니

    洞庭秋波小舟驚   동정호 가을 물결에 조각배가 놀라더라.

                             * 동정호 물결에 조각배가 놀라더라...

                                (여인의 기교가 아주 훌륭하여 놀랄정도였더라...고 은근히 빗대어 표현함) 

 

그러고는 여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정을 통한 후에 김삿갓은 여인의 몸놀림이 너무도 능숙한지라 괜히 비꼬는 말로

    毛深內濶         털이 깊고 속이 넓은 것을 보니

    必過他人         필시 다른 사람이 지나갔나 보구나.


그러나 여인은 스스로의 성숙함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溪邊楊柳不雨長   시냇가 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절로 자라고

   後園黃栗不蜂坼   뒷동산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절로 터진다오.

                                                    @  坼 : 터질 坼

 

 

김삿갓은 어디를 가더라도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도 아침에 자고 나서 떠나려니 섭섭하여

   昨夜狂蝶花裡宿   어젯밤에 미친 나비 꽃밭에서 잤건만

   今朝忽飛向誰怨   오늘 아침 훌쩍 날아가니 누구를 원망하랴.


그리고 또 한 수를 더 남겼다.

   天涯各南北    저 하늘 남북으로 서로 나뉘어

   見月幾想思    달을 보며 얼마나 그려 오는고

   一去無消息    한번 가고 소식이 바이 없으니

   死生長別難    죽고 살고 기나긴 이별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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